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29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보도 채널, 종합편성 채널 진입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케이블TV(SO)의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는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과 보도전문 케이블 방송 소유 제한은 엄격히 제한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그동안 자산 총액이 3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제한 규정을 자산 총액이 10조원이 넘는 기업까지로 완화했다.

출처: 경향신문 웹DB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가 대기업들에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미디어 그룹을 만들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만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친 기업적 방송정책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 확보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상업방송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방송이 자본의 권력에 의해 장악되어 공영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벌의 방송사 소유 제한을 완화한 이후 몇몇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미국 전체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즈니, 타임워너, 뉴스코퍼레이션, 바이어컴 등 미국의 유명 미디어 그룹들은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방송사, 영화제작사, 라디오 방송국, 잡지사, 출판사, 위성 방송사, 비디오 대여점, 수많은 지역방송국들을 소유함으로써 미국 전체 방송시장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구조를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사에서 새로운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경우 디즈니사가 소유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인 ABC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고, 디즈니사가 소유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와 잡지사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기사를 내보내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다. 즉 자사의 이익 추구를 위해 방송을 공공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거대 미디어 그룹의 탄생은 결국 방송 소유구조의 독과점화를 가져오게 되고, 이러한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자사의 이익 추구에 몰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나아가 자사의 이익 추구에 초점을 맞춘 거대 미디어 그룹 소유의 방송은 정치권력, 재벌에 대한 비판이나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거대 미디어 그룹 소유주들은 안정적인 소득의 확보를 위해 각종 규제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의 비위를 맞추게 될 것이고, 자사의 이익 추구에 중요한 공급원인 기업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임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한 방송 소유제한 완화는 결국 방송의 공영성을 훼손하고 방송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종속되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핑계로 추진하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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