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여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직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대 헌츠빌 캠퍼스 생물학과에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에이미 비숍 교수가 교수회의를 하던 중 동료 교수들과 학과 직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학과장인 고피 포딜라 교수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동료 교수 3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사건의 발단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비숍 교수는 사건 당일 열린 교수회의에서 테뉴어(Tenure·대학에서 교수의 직장을 평생 동안 보장해 주는 제도로 종신교수직을 뜻함)에 탈락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뒤 동료 교수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한다. 즉 비숍 교수가 총기를 난사한 이유가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 아이의 엄마인 비숍 교수는 2003년 이 학교의 부교수로 임용된 뒤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학계에서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테뉴어를 받지 못하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비숍 교수와 같이 테뉴어 심사기간에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미국에서 교수 채용은 크게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 교수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테뉴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테뉴어 트랙 교수로 나뉜다.

미국 여교수의 총격사건 충격

미국 대학에서 테뉴어 트랙으로 채용된 교수들은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6년 동안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매년 같은 학과에 근무하는 종신교수들로부터 연구 및 수업 평가를 받고, 5년 또는 6년이 지나면 대학본부 차원의 테뉴어 심사를 받게 된다.

일부 테뉴어 트랙에 있는 교수들 중에는 매년 실시되는 학과 심사에서 탈락돼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텍사스주립대의 경우에도 한국인 교수를 포함해 수십명의 교수가 매년 실시되는 학과 심사에서 탈락해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학교를 떠났다.

이처럼 5~6년 동안 매년 소속 학과의 종신교수들이 실시하는 심사를 통과하고 마지막 관문인 대학본부에서 실시하는 테뉴어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마침내 종신교수직인 테뉴어를 얻게 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처럼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학의 테뉴어 트랙에 있는 교수들은 연구 업적과 수업 평가의 압박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연구나 수업을 게을리할 수 없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제일 오랫동안 연구실에 남아 밤 늦도록 연구를 하는 교수들은 대부분 테뉴어 트랙 교수들이다. 심지어 테뉴어 트랙 교수들은 대학원생들보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밤을 새어 연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열심히 연구를 해 5~6년 동안 매년 학과에서 종신교수들이 실시한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인 대학본부의 테뉴어 심사를 넘지 못하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테뉴어 트랙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전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벗어 버릴 수가 없다.

테뉴어 심사는 인고의 과정

이번 사건에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비숍 교수가 겪었을 테뉴어 트랙 교수로서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교수의 연구 성과와 강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까다롭게 적용하는 미국의 테뉴어 심사 기준은 미국 대학 교수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테뉴어 트랙에 있는 당사자인 교수들에게는 이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인고의 과정이다. 미국 특유의 교수 임용 절차와 총기를 자유로이 보유할 수 있는 미국 특유의 환경이 결합해 낳은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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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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