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명예 퇴직한 중앙부처 공무원 숫자가 작년 1년 동안 명예 퇴직한 공무원 숫자인 786명보다 2800명이 더 많은 887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많은 공무원들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이라는 매력적인 자리를 일찍 떠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연금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공무원들이 공무원 연금 제도가 바뀌기 전에 퇴직해 연금 수령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무원 연금에 대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최근 공무원 연금 개혁의 방향을 연금 납입액은 늘리고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은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일반직과 특수직 공무원 가릴 것 없이 명예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무원들의 명예퇴직 열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공무원들이 2008년 이후 6년 만에 서울역 광장에 모여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집회를 포함한 단체행동을 자제해온 공무원 노조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왜 이들은 거리로 나서 그동안 자제해 오던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일반 기업 직원들에 비해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고용 안정성과 공무원 연금을 통한 퇴직 후 노후 보장이 다른 직장보다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박봉을 감수하면서도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이 연금 납입액은 늘어나고, 연금 수령액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하루아침에 갑자기 연금이 줄어들게 된 공무원들이 거리로 나와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공무원들은 임용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자신의 노후 대책을 위한 연금으로 성실히 납부해 왔다. 공무원 연금은 정부와 공무원간에 계약에 의해 공무원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쪼개서 성실히 납부해 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연금지급액을 줄이겠다며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만약 일반 금융기관의 연금 상품에 가입해 연금 납입액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금융기관에서 연금 상품의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바꿔 연금 지급액을 줄이겠다고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아가 정부도 나서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해당 금융기관을 조사하고 징계 절차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노후 대책을 위해 정부와의 약속을 굳게 믿고 연금 납입액을 성실히 납부해 온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은 날벼락과 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일반 연금 상품처럼 개인이 연금을 운용한 적도 없고, 단지 성실히 연금 납입액을 납부한 것 밖에 없는 공무원들에게 마치 연금 부실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연금 수령액을 일방적으로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라는 고용주가 고용인 신분인 공무원들을 고용주라는 힘을 이용해 압력을 가하는 명백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1997IMF 당시 퇴직 공무원들의 퇴직금을 공적기금으로 지불하면서 공무원 연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사용해 공무원 연금이 부실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현재 공무원 연금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에서 충당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공무원 연금의 개혁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 개혁은 절대로 조급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수 없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 통합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거기서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으로는 공무원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균형에 따라 수급액이 달라지도록 하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은퇴 이후 다른 직장에 취업해 고액 연봉을 받을 경우 공무원 연금 지급을 유예하고, 공무원 연금 개혁 과정에서 근속별(장기/단기), 직급별, 직렬별로 고통 분담 정도를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연금 배분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