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공무원들이 2008년 이후 6년 만에 서울역 광장에 모여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집회를 포함한 단체행동을 자제해온 공무원 노조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날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는 긴급현안점검회의를 소집해 악화되는 연금 재정상황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 다음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공무원 연금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직사회가 고통 분담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정 총리의 이러한 당부는 공무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당부 말씀이다. 지난달 공개된 공무원 연금 개선안 초안을 살펴보면, 고위직과 장기근속자들에 비해 하위직과 단기근속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분담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어, 고위직과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불평등한 연금 개선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공무원 연금 개선안에는 그동안 공무원 연금 개선안을 논의 할 때 마다 언론에서 지적했던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나 연봉을 많이 받는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연금 소득 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고위 공무원들의 경우, 퇴직 이후에도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 등에 재취업해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300만원에서 400만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 또한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총리의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식의 당부는 절대로 공무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없다. 결국 이번 연금학회와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무원 연금 개선안은 하위직 공무원들과 단기 근속자들에게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강요하는 불평등한 공무원 연금 개선안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하위직 공무원들은 일반 기업 직원들에 비해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고용 안정성과 공무원 연금을 통한 퇴직 후 노후 보장이 다른 직장보다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박봉을 감수하면서도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이 공무원들의 연금 납입액은 늘리고, 연금 수령액은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성실히 연금을 납부해온 공무원들의 연금 수령액이 하루아침에 줄어드는 황당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공무원들은 임용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자신의 노후 대책을 위한 연금으로 성실히 납부해 왔다. 공무원 연금은 정부와 공무원간에 계약에 의해 공무원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쪼개서 성실히 납부해 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연금지급액을 줄이겠다며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만약 일반 금융기관의 연금 상품에 가입해 연금 납입액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금융기관에서 연금 상품의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바꿔 연금 지급액을 줄이겠다고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아가 정부도 나서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해당 금융기관을 조사하고 징계 절차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노후 대책을 위해 정부와의 약속을 굳게 믿고 연금 납입액을 성실히 납부해 온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은 날벼락과 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일반 연금 상품처럼 개인이 연금을 운용한 적도 없고, 단지 성실히 연금 납입액을 납부한 것 밖에 없는 공무원들에게 마치 연금 부실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연금 수령액을 일방적으로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라는 고용주가 고용인 신분인 공무원들을 고용주라는 힘을 이용해 압력을 가하는 명백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1997IMF 당시 퇴직 공무원들의 퇴직금을 공적기금으로 지불하면서 공무원 연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사용해 공무원 연금이 부실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현재 공무원 연금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에서 충당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공무원 연금의 개혁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 개혁은 절대로 조급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수 없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 통합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거기서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으로는 공무원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의 균형에 따라 수급액이 달라지도록 하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은퇴 이후 다른 직장에 취업해 고액 연봉을 받을 경우 공무원 연금 지급을 유예하고, 공무원 연금 개혁 과정에서 근속별(장기/단기), 직급별, 직렬별로 고통 분담 정도를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연금 배분방안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 연금 개선안 논의 이전에 공무원들의 지위와 업무 특성에 따른 연봉과 처우, 연금 현황 등을 모두 공개해 공무원 연금 논의가 투명하게 이루어져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