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 백화점 모녀의 주차장 아르바이트생 폭행 사건, 아파트 주민의 경비원 폭행 사건 등 최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위력이나 폭력을 행사한 일명 갑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갑질행위를 앞장서서 예방하고 규제해야 할 공직사회에서 갑질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법적으로 인사와 경영 독립권이 보장되어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미래부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 미래부 출신 공무원들을 우정사업본부에 일방적으로 내려 보내 미래부가 우정사업본부의 인사 독립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마지막 날 미래부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과장급 전보 발령을 내면서 미래부 출신 공무원 11명을 우정사업본부 과장급에 내정했다. 미래부가 일방적으로 미래부 소속 공무원들을 예하 조직인 우정사업본부에 발령을 내면서 미래부가 상급 조직의 힘을 이용해 인사 독립권이 보장된 우정사업본부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갑질을 자행한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래부는 상급조직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법적으로 보장된 우정사업본부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미래부의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이러한 무리한 낙하산 인사는 지난 2013년 정부 조직 개편 당시 여야 합의를 통해 우정사업본부를 미래부 예하에 두는 대신, 인사권과 경영권을 우정사업본부장이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독립 직제로 만든 입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우정사업본부 3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미래부장관이 이러한 우정사업본부의 인사 독립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래부 공무원 11명을 우정사업본부로 승진 발령을 내는 갑질을 한 것이다. 이처럼 미래부가 우정사업본부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이유는 우정사업본부가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미래부 산하 기관으로 되어 있어서 미래부의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미래부 산하 기관으로 소속 되어 있다 보니 우정사업본부장이 미래부장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고, 미래부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이 우정사업본부장 자리는 외부 전문가 유치를 통해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개방형 직위로 바꿨지만 여태껏 한 번도 외부 인사가 본부장에 임명된 적이 없다. 항상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이 우정사업본부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자신을 임명해 준 정치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태도를 보여 왔고, 특히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미래부 장관의 눈치를 보는 태도를 보여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예산 지원 없이 자체 수입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민간과 경쟁을 하는 기업형 정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소속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조직이나 인사 운영이 경직되고, 독립성과 자율성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정부는 우정사업본부를 소속부처인 미래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에 독립된 인사권과 경영권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번 미래부의 일방적인 인사권 침해로 이러한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법에 명시된 우정사업본부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직위로 되어 있는 우정사업본부장 자리에 더 이상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관피아 사례가 반복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피아 낙하산 인사가 우정사업본부장에 임명되게 되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인사권과 경영권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부 인사가 우정사업본부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장 선발과정에 외부 전문가와 종사자대표 등이 참여하는 우정사업본부장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미래부 산하 기관으로 되어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승격시켜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주로 공공적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우정서비스의 특성상 공공성 유지를 위한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산간벽지와 도서지역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보편적 우정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정사업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미래부 소속으로 미래부장관의 영향력 아래에서 독립적인 운영에 제약을 받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우정청으로 독립하게 되면 국민에게는 저렴한 우편요금으로 보편적 우편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민생금융 강화로 사회복지기능 보완과 고용 창출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