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된 논의가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와 국회의원과 공무원 단체,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대타협기구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각각 논의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합의를 통해 국회에 여야 동수로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최장 125일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여야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공무원 노조와 국회의원,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대타협기구를 구성해 90일 동안 활동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무원 연금 개혁 관련 논의가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되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과정에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만든 국민대타협기구가 단순히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여야가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보면, 공무원 연금 관련 입법에 대한 전권은 연금개혁 특위가 갖고, 국민대타협기구는 자체적으로 논의한 안을 단일안 또는 복수안으로 연금개혁 특위에 제출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더욱이, 20명으로 구성된 국민대타협기구 위원 중 공무원 연금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의 숫자는 4명에 불과해 공무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공염불에 불과한 사탕발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국민대타협기구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무원들을 양보 교섭의 테이블로 유인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민대타협기구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공무원 노조에서 추천한 4명의 위원들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공무원 연금 개혁의 결정권은 정치권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를 내세워 늦어도 5월 초까지는 국회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야합의 결과로 탄생한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공무원 연금 개혁안 처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부와 새누리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은 100만 공무원들의 노후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공무원 연금은 그 성격 자체가 일반 직장에 비해 낮은 임금과 퇴직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의 임금보존 차원에서 설계되었고, 다른 직장과 달리 임금협상과 같은 노동기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공무원 연금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국민세금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극히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며 단순한 논리를 내세워 공무원 연금 개혁을 밀어 붙이는 것은 타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특히, 현재 공무원 연금 개혁을 정부가 아닌 새누리당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데, 공무원 연금은 엄밀히 따지면 정부와 공무원 노조 간의 단체협약 사안으로 정부와 공무원 노조가 협상을 통해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지난 200712월 단체협약을 맺었다. 당시 정부와 공무원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 제39조에는 정부는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시 이해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제도 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단체협약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을 여당인 새누리당에 부탁해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정부가 직접 공무원 노조와 협의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는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교섭 대신 새누리당을 내세워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가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나설 경우 오랜 협상과정과 공무원 노조의 반발에 직접 부딪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 힘든 과정을 피하기 위해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꼼수를 부려 새누리당을 내세워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단체협약 파기 행위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처럼 법을 집행하는 주체인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법을 통해 공무원 연금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얼마나 왜곡되고 잘못되었는지를 여실히 반증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재개해, 단체협약 제39조에 따라 공무원 연금 개혁을 공무원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4년 공무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의 틀이 마련되었고, 2007년에는 정부와 10여 개 공무원노조가 단체협약을 맺어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노조의 의견 수렴을 약속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공무원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는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를 단체협약에 근거해 추진하는 것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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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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