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K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대한 제재 조처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메르스 사태에 대한 풍자를 방송소재로 삼았던 프로그램들에 대한 방심위의 이번 제재 조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억압되고 통제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방심위는 지난 1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무한도전>의 유재석씨가 무한뉴스코너를 진행하던 중, “메르스 예방법으로는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라는 표현을 하면서 중동지역이라는 지역명칭을 밝히지 않다는 이유로 제재를 의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개그콘서트>민상토론코너에서 개그맨들이 메르스와 관련된 정부의 대응을 개그 소재로 다루면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풍자한 것이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역시 제재조처를 내렸다.

방심위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이러한 징계 결정은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누가 봐도 황당하고 웃긴 코미디 같은 징계였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언론에게는 정부기관과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성역 없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징계 결정은 언론의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할 방심위가 도리어 언론의 견제와 감시, 그리고 비판 기능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행태로, 방심위 스스로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음을 자인하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 특히 권력기관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방심위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징계조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방심위의 이번 징계처분은 과감한 비판과 조소를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풍자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인 판단으로 징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방심위의 이번 징계 조치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방심위는 온갖 막말과 오보, 그리고 노골적인 편파 방송을 일삼는 종편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로 심의를 하면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정부를 비꼬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현미경식 심의를 진행해 일사천리로 징계처분을 내리는 등 편파적이고 이중적인 심의를 자행하고 있다. 방심위의 이러한 편파적이고 이중적인 심의태도의 원인은 방심위 심의위원 9명 가운데 대통령과 여당이 각각 3명씩 6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3명만 야당에서 추천하도록 되어있는 위원회 구성의 편파성에 그 원인이 있다. 방심위가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을 여야가 절반씩 추천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심의의 문제점은 절대로 바로 잡을 수 없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