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회사 측과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에 합의한 뒤 총파업을 중단하면서 수습 기미를 보이던 KBS 노사갈등이 사측의 치졸한 보복인사로 다시 깊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KBS는 파업을 끝낸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인규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열고 보복인사를 결정했다. 파업에 참여한 이재후·김윤지 아나운서, 이수정 기자를 진행을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재후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을 떠난다고)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경향신문 DB> 

KBS 보복인사 오만함의 극치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처사다. 노동조합에 속한 조합원이 합법적인 파업에 참가하는 것은 조합원으로서 당연한 권리요, 의무다.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문제 삼아 그동안 맡아온 업무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빼앗는 처사는 치졸한 보복행위이고, 법적으로도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KBS 새노조의 반발과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KBS가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교묘하게 숨어있던 KBS의 오만함이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인규 사장 취임 후 KBS는 대내외적으로 정권홍보 방송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 문제도 ‘공정한 방송이 먼저’라는 국민들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KBS는 요지부동이다.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KBS의 주인인 국민들의 변화 요구를 심각하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변화 요구가 마치 잘못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참으로 오만한 대응이다. 시청료를 내는 국민들의 요구는 묵살하면서 정권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KBS가 한 가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대응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라는 사실이다. 세계적 컴퓨터업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도 이 같은 태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다. 미국 언론들이 ‘안테나 게이트’로까지 묘사한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잡스는 오만한 태도로 맞섰다가 언론과 소비자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국민 무시하면 비난만 커질 뿐

처음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적절하게 사과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문제가 이처럼 커져 언론들로부터 ‘안테나 게이트’라는 불명예까지는 얻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잡스는 소비자와 언론이 처음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이폰4에는 결함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나아가, 한 소비자가 그에게 e메일로 “안테나의 결함을 수정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아이폰을 그렇게 잡지 말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러한 잡스의 대응이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아이폰4의 수신불량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말았다.

잡스가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문제를 더욱 키웠듯이, 김인규 사장이 KBS 새노조와 국민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변화 요구에 오만한 대응을 계속한다면 KBS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응은 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추진 중인 시청료 인상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KBS 경영진은 진정한 KBS의 주인인 국민과 방송사 내부 구성원, 그리고 언론·시민단체의 변화 요구에 대한 오만한 대응을 포기하고 참다운 공영방송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잃어버린 국민들의 지지를 되찾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한 3명의 진행자를 즉시 복귀시키는 일이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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