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사생활을 엿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비행기로 여행을 하거나 한국을 방문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 수단의 옆좌석이나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통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엿듣기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매일 아주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간에나 있을 법한 지극히 사적인 대화를 전혀 모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그런데 이러한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엿듣기는 때로 소음의 수준까지 이르러 주위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휴대전화의 탄생으로 시작된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엿듣기는 이제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으며,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타인의 사생활 엿듣기는 엿보기로 그 범위와 내용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추세다. 마치 아파트의 유리창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집안이나 아파트 주차장, 놀이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듯이, 혹은 무심코 지나가다 조금 열린 현관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 관계나 팔로워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오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날 기분은 어떤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등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엿보고 엿들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현대인의 사생활이 더 많이 개방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휴대전화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비교적 엄격히 구분되어 왔던 공공장소와 사적장소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현대인들은 어디서나 휴대전화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타인과 공유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한다.

몇몇 학자들은 이처럼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현상에 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된 나르시시즘(Narcissism)적 표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들의 삶을 공개하기를 좋아하는 부류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쫓는 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나르시시즘적 태도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타인과 쉽게 공유하려는 성향과 인기 연예인 중심의 미디어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휴대전화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을 기반으로 한 무차별적인 사생활 엿보기와 엿듣기의 허용이 자칫 본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되돌아 오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생활 엿보기와 엿듣기가 허용된 사회에 사는 우리는 이러한 사생활 엿보기와 엿듣기의 허용이 때때로 의도치 않은 감시와 사생활 침해 그리고 범죄의 대상 등 다양한 인권 침해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타인과의 정보 공유에 주의를 기울이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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