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할 위원회 설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방송통신위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 방송통신위 법률안에 의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기준을 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구성 및 운영 기준과 매우 흡사하다. 마치 FCC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한 위원회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먼저 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숫자를 보면 미국의 FCC와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5명으로 똑같다. 위원회 구성 비율도 여당 성향의 위원 3명과 야당 성향의 위원 2명,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한다는 점이 똑같다. 


언론단체들 “최시중 사퇴하라”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등 언론 현업 단체 대표들이
5일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김영민기자



이러한 구조 아래서 FCC는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송통신 관련 규제들을 푸는 친 미디어 기업적인 정책을 펴서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지난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을 통과시켜 디즈니와 바이어컴 등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미국 미디어 시장 장악과 독점을 심화시키는 실수를 범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의 언론 시장은 여섯 개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장악하는 구조로 재편되었다. 
미국의 방송 시장은 경제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상업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소유구조상 공영방송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이 미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상업방송이 주를 이루는 FCC의 구조를 따라서는 안되며, 공공성과 공영성 확보를 위해 방송이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친여당 성향의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어 중립성 확보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더구나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방송 통신 관련 정책과 관련된 업무경력이 없는 최시중씨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된 경험이 없는 인사를 자신의 핵심 측근이라는 이유로 방송통신위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 확보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도 맞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인사 기준은 업무 능력이 얼마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에는 왜 후보자의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과 경험을 따져 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자기 식구 챙기기에 발목이 잡혀 자가당착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자신의 정치 생명에 오점을 남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