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등록금 논쟁으로 난리다. 일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에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보노라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한사람으로써 짠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등록금 때문에 목숨을 끊거나 아르바이트 현장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달리 유럽과 미국의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대학 등록금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수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원래 대학 등록금을 전혀 받지 않다가 2007년부터 대학생들에게 학기당 500유로를 등록금으로 받아오던 독일 대학들은 최근 다시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는 추세다. 독일에서 이처럼 신설된지 얼마되지 않은 대학 등록금제가 다시 폐지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대학 등록금제를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등록금 폐지 여파로 현재 독일에서는 바이에른과 니더작센주 등 두군데 지역에서만 대학 등록금을 받고 있다. 사회주의식 평등교육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프랑스는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가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대부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대학생들은 연간 한국 돈으로 26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의 등록금만 학교에 지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학생들은 월세 보조와 교통비, 박물관, 미술관 이용료 할인혜택 등도 함께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대학생들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유럽 국가중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등록금을 받는 나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간 3천290파운드(한화 약 590만 원)였던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연간 9천 파운드(한화 약 1,620만 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 상한선 인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 상환 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도 함께 마련했다.
 
예전에는 대학 졸업후 연봉이 1만5천파운드(한화 2천700만 원)가 되면 상환하던 것을 앞으로 2만1천 파운드(한화 3천780만 원)가 될 때부터 상환하도록 상향 조정한 것이다. 또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대학 졸업 후 30년 동안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은 전액 탕감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소득에 따른 차등 이자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 대출금에 높은 이자를 적용하지만, 저소득자의 경우 이자를 한푼도 받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대학 등록금 정책은 재정적 능력과 관계없이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교육권을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대학 당국과 주 정부 그리고 연방 정부가 적극 나서서 각종 장학금과 무상 학비 보조금 등의 정책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있어 우리나라처럼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받지는 않는다. 미국 대학들의 장학금과 무상 학자금 지원 정책의 특징은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학비부담 능력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아 자녀의 학비를 부담하기 힘든 경우 대학이 학비 보조금을 지급해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부모의 학비 부담 능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학교에 제출하면 성적과 관계 없이 순전히 학비부담능력 기준에 따라 학비 보조금을 대학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 즉 미국의 대학들은 수석 입학한 학생이라도 아버지가 백만장자면 장학금을 줄여서 제공하는 대신 꼴찌로 입학했더라도 학비 부담 능력이 안되면 전액 학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      

만일 경제적인 상황이 나빠져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할 경우에는 맨 먼저 교수들과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한다. 또 사무용품, 출장경비 등 학생들의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의 예산을 삭감한다. 필자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텍사스주립대학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주정부의 지원예산이 삭감되자 긴축재정 조치로 교수와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그리고 교수들의 안식년 제도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지급하던 장학금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의 대학과 주 정부, 그리고 연방 정부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학생들의 입장에서 고민하며 등록금 문제 해결에 다 함께 노력한 결과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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