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시작된 반값 등록금 시위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와 논쟁은 예전의 등록금 시위와는 달리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어 사회 쟁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학생들의 매년 반복되는 떼쓰기 정도로 여겼던 정치권도 반값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주요 이슈로 떠 오르자, 여∙야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대책을 내놓는 중이다. 지금까지 등록금 문제에 침묵하던 정치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학계까지 나서면서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회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_1N|cfile8.uf@191CC04F4F3A153E1BE63B.jpg|width="500" height="330" alt="" filename="cfile8.uf@191CC04F4F3A153E1BE63B.jpg" filemime=""|서울 청계광장에서 학부모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경향신문 DB_##]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을 위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 중 하나였던 반값 등록금 약속은 임기말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이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올라 1천만 원 시대를 맞았고, 엄청난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학생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가 하면, 이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학비를 벌기 위해 일명 ‘마루타 알바’로 불리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숫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라면 대학생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는 어찌보면 생존권 차원의 절박한 호소라고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의 절박한 생존권 호소에 정부는, 그것도 반값 등록금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학생들과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값 등록금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까? 현재 한국 대학의 미친 등록금 해결을 위한 열쇠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 당국이 함께 쥐고 있다. 대학 당국의 적극적인 구조개혁과 참여가 따르지 않는 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적자금 투입 방안은 한국 대학의 약 80%가 사립대학인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없다. 대학의 구조조정 없이 국민의 혈세로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공적자금이 지원될 경우, 공적자금이 자칫 비리, 악덕 사학재단의 배만 불리고, 건물증축,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 등 사학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약 20%의 젊은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해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 자체적으로 등록금 인하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주요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 현황을 보면, 전국 주요 사립대 100여 곳의 적립금 규모가 약 8,117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을 쓰고난 뒤 쌓아둔 적립금이 무려 8,000억이 넘은 것이다. 학교별로는 이화여대가 7,389억1,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홍익대가 4,857억8,500만 원, 덕성여대 2,494억4,700만 원, 고려대 2,305억4,800만 원, 그리고 숙명여대가 1,904억4,100만 원을 적립금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대학들이 천정부지로 올려 거둬들인 등록금 중 일부가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복지혜택을 늘리는데 쓰이지 않고 대학의 현금 보유를 늘리는데 쓰인 것이다. 이제는 대학들이 학생들을 위해 적립금으로 묶어 놓은 이 돈을 풀어야 한다. 등록금이 남아서 많게는 등록금의 22%를 대학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사학재단들이 대학을 사업수단으로 밖에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대학들은 여윳돈이 생기면 쌓아두지 않고 주로 대학의 연구시설 확충이나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학비 부담 능력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학생의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장학금과는 별도로 학생의 학비부담 능력에 따라 학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아 자녀의 학비를 부담하기 힘든 경우, 대학이 학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육기회의 평등한 제공을 위해 부모의 소득격차를 감안하여 학비를 차등으로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으로 배를 불려온 대학들이 그동안 꾹꾹 참아오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몰린 대학생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대학들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행정적인 지도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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