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문화방송(이하 MBC) 김재철 사장이 전격적으로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제출의 명분으로는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주와 창원 MBC 통폐합의 승인을 보류한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동안 MBC 구성원들의 방송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억압을 계속해 왔던 장본인인 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한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2011-08-02 | 경향신문 DB 


그런데, 김사장의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사장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MBC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김사장의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에 쓴웃음만 나온다. 또 MBC 경영진들의 움직임에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여당측 추천 인사들도 동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고 있어 김사장의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 MBC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그만 둘 경우 자신들의 자리보전도 어려울것을 우려한 MBC 경영진들이 사표를 무효화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며, “일부 임원들은 방문진으로 달려가 김사장의 사표 제출이 단순한 항의의 뜻이라며 본인의 진의가 아니라고 역설하고 다녔다”라고 전했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MBC 경영진들이 저지른 일들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시청자들과 MBC 구성원들에게 비난받을 일이었는가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MBC 경영진들의 행동이 시청자들과 후배들 앞에서 떳떳했다면 김재철 사장의 사퇴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다. 김재철 사장의 사퇴로 인해 앞으로 닥칠 후배들과 시청자들의 책임추궁과 질타가 두려워, 김사장이라는 방패막이 뒤로 숨으려는 그들의 모습은 한때 이 땅의 언론 자유를 위해 일했었다는 언론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이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언론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내팽개치는 수치스러운 행동을 멈춰야 한다.     

김재철 사장도 이번이야말로 그나마 조용히 물러날 수 있는 마직막 기회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에 대해 그동안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MBC 구성원들과 언론계는 오는 8월 전국언론노동조합 차원의 총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지역 MBC 차원에서도 저항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김 사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반려될 경우, 전국 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는 총파업 등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후배들에 의해 쫓겨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MBC 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거듭된 전횡과 폭력적 경영으로 인해 현재 MBC는 김사장이 스스로 떠나지 않으면 온 구성원들이 궐기해 결국 쫓아낼 수밖에 없는 폭발 직전의 화산과 같다”고 강조하고,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해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운동 캠프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MBC 구성원들의 제작 자율성은 억압받기 시작했고 이에 반항하는 제작진은 어김없이 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됐다. 지난 5월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의 취재 중단 지시에 따르지 않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시사교양국 이우환PD와 한학수PD가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쫓겨났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우환, 한학수PD의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두 PD에 대한 전보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MBC의 권리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사내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리하게 PD들을 방송 제작현장에서 쫓아냈던 MBC 경영진이 인사전횡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법원의 판결이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MBC 간부가 <PD수첩> 제작진의 책상과 컴퓨터, 서류 등을 수시로 뒤지고 다니는 등 내부검열과 사찰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나 MBC 경영진의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감시와 검열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적한 두 가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재철 사장의 취임 후 MBC는 제작진과 경영진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방송제작의 자율성을 쟁취하기 위한 제작진의 투쟁은 MBC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 상처의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있었다. 이제 MBC가 상처를 치유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김사장이 물러나야 한다. 공영방송의 핵심인 방송 제작의 자율성 회복은 방송제작에 간섭과 검열을 자행했던 김사장과 현 MBC 경영진의 퇴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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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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