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개월 동안 지리하게 끌어오던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법원의 공방이 마침내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이유로 검찰이 기소한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PD수첩>정부정책에 대한 여론형성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했으며, 보도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기소됐던 MBC 조능희 PD(가운데) 등이 2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우선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를 인정하고 정부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활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40개월이나 끌어온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공방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중 하나로 기록 될 것이다.

먼저 이번 사건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방송을 내보내자 농림수산식품부는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활동이나 발언은 언제든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공무원 특히 고위 공무원의 경우, 개인 사생활이 아닌 공무와 관련된 활동과 발언은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고위 공무원이 자신의 공적업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고위 공무원이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를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언론이 공무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고위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검찰의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에 대한 기소는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던 것이다.

<PD수첩> 광우병편의 법정공방이 남긴 또 하나의 문제점은 보수언론의 친 정부적 편파보도 행태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노골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보도태도를 지향해 왔던 보수언론들은 <PD수첩> 광우병편이 검찰 수사를 받게되자 검찰이 발표한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PD수첩>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PD수첩>이 마치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선동한 것처럼 아무 근거도 없이 부풀려 보도했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국민들의 먹거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관련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보도가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오로지 검찰의 발표 내용만을 근거로 <PD수첩>의 오역과 실수를 문제삼아 <PD수첩>을 헐뜯는 보도만 연일 쏟아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포기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일 수 없다. 이들에게 언론기관은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언론의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은 국민들이 언론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이고, 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언론은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PD수첩> 광우병편의 법정공방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언론자유 후진국임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누리는 자유지수를 가늠케 하는 기준이 된다. 우리는 언제쯤 어느 누구의 감시와 방해도 받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고, 쓰고 싶은 글 마음껏 할 수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언론과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해 내년에는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잘못된 선택이 또 다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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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