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3일 프랑스 공영방송 노조는 34년 만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들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광고 폐지를 비롯한 공영방송 개혁안에 반대하는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 공영방송 5개 채널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중간광고 허용을 포함한 광고 시간의 증가를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히려 공영방송의 광고를 전면 폐지하는 등 프랑스 공영방송국의 재정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프랑스 공영방송 노조가 즉각 반발하며 파업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공영방송 노조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하려고 하는 공영방송 개혁의 핵심은 민영방송국은 민간 자본에 의해 운영하고, 공영방송국은 국가 재정과 시청료에 의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 공영방송 운영자금의 약 70%는 가구별 연간 116유로인 시청료로 충당되고, 나머지 30%는 광고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공영방송국은 모두 5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국이 방송국 규모를 5개의 채널로 늘리는 동안 방송국의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방대해진 규모의 방송국을 운영하기 위한 재정부담 또한 점차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시청료와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방송국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 방송국 운영을 광고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공영방송의 출현은 광고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업방송의 경우 시청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방송의 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시청료와 정부 지원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공정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방송해 달라는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공영방송이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은 공영방송이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프랑스 공영방송과 우리나라의 KBS는 운영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청료 징수와 광고 운영을 동시에 하고 있다.

KBS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김인규 사장 (출처: 경향신문 웹DB)

한편 미국 공영방송은 광고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또 시청료도 징수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의 텔레비전 공영방송인 PBS와 NPR는 시청료와 광고 없이 정부 지원금과 시청자들의 기부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운영 구조로 미국의 공영방송은 시청률과 청취율에 얽매여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대신 시청자 위주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시에 시청률과 관계없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영성이 강화된 방송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공영방송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15%로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의 하나로 광고를 고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광고가 공영방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공영방송은 어려운 재정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고 있는데, 미국의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보조금을 인상하고 시청료를 징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두 개의 적은 방송채널을 갖고 있지만 상업방송이 판치고 있는 미국의 방송 환경 속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공영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KBS와 프랑스 공영방송이 왜 광고 방송을 고집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