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올해 말까지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 1만명도 철수시키기로 하면서 그동안 전쟁에 동원되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수행하던 미군 병사들이 미국으로 속속 귀국하고 있다. 학업 도중 전쟁터에 나갔던 학생병사들은 귀국하자마자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 복학하면서 미국 내 대학교에 참전용사들의 숫자 또한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치열한 전투에 참여했던 참전용사 대학생들은 대부분 심각한 전쟁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학업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텍사스주립대도 전쟁에 참전했던 학생들이 학교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들로 인해 학내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학생 한 명이 전쟁 참전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되어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참전용사 학생들은 전쟁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우울증, 초조감, 죄의식, 공포감 등의 증세를 포함해 심각한 불안감과 지워지지 않는 전쟁의 기억,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유타 대학교(University of Utah)에 있는 ‘미국 재향군인 연구 센터(National Center for Veterans’ Studies)’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전용사 대학생들이 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일반 대학생들에 비해 약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참전용사 학생들이 자살을 생각해 보았거나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실제로 준비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일반 대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미군병사들 중 현재 미국 대학에 재학중인 남학생 415명과 여학생 110명 등 총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약 절반가량인 46%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들의 20%는 자살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작년에 미국 대학 건강협회에서 미국 내 일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일반 대학생들의 비율이 약 6%였던 것에 비교해 보면 참전용사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전쟁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설문에 참가한 참전용사 대학생들의 7.7%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참전용사 학생들이 자살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일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자살을 실제로 시도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빈도가 1.3%에 머무른 것에 비해 약 6배 이상 높은 수치로 참전 용사 대학생들의 전쟁참전 휴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이처럼 학업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심리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미국 대학내 참전용사 학생들이 대부분 청소년기를 갓 지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 겪은 전쟁의 고통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50~60여 년에 이르는 생애를 심리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일반 참전용사들을 위한 심리치료에 대한 지원만 해왔을 뿐 대학 내 참전용사 학생들을 위한 치료와 지원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대학에 재학중인 참전용사 학생들 가운데 심리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나자 미국 정부와 대학들이 부랴부랴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참전용사 학생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고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학교 내에 특별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텍사스 대학교는 학교 내의 ‘카운슬링 및 정신 건강 센터’에 참전용사 학생들만을 위한 전문 심리치료사를 배치하는 한편, 미국 재향군인 관리국과 함께 캠퍼스 내에 참전용사 학생들을 위한 전문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학교도 교수들에게 특별 이메일을 보내 참전용사 학생들의 지도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하고, 참전학생 지도에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 내 카운슬링 센터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하는 등 참전용사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전쟁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든 참전용사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학교와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때 비로소 그들의 아픈 마음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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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