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방송사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룬 한 여성 비정규직 강의교수의 자살 소식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왜곡된 교수채용 제도와 관행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학자의 자살 소식을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 대학들도 교수채용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웹DB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교수채용에서 무엇보다 학부의 출신대학과 학과를 중요시 하고 지원하는 대학 교수들과의 친분관계가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후진적인 교수채용 제도가 상존하고 있어 대학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자로서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대학원에서의 과정은 오히려 뒷전인 경우가 많다.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이지만 교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이 여교수가 2년 동안 강의교수로 근무했던 사립대학교 학부장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여교수는 절대로 영문과 전임교수가 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학부 전공이 영문학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아무리 좋은 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논문이 많다고 해도, 학부에서의 전공이 박사학위 전공과 맞지 않으면 전임교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대학교수를 채용할 때 학부 전공이 박사학위 전공과 일치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학부 때 학업성적과 박사과정 전공이 교수로 지원한 분야의 전공과 일치하는지를 주요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석사와 박사과정 등 대학원에서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대학원에서의 전공이 교수로 지원한 학과의 전공과 일치하면 교수로 채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수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부, 석사, 박사과정 전공이 일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는 외국의 아무리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한국에서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교수채용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박사학위를 어느 학교에서 받았느냐보다 한국에서 어떤 학교를 졸업했느냐를 따지는 한국의 교수채용 제도에서 실력 위주의 공정한 교수 선발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실로 의문이다.

또한 한국은 교수채용 과정이 미국에 비해 매우 허술하고 비합리적이다. 한국의 경우, 면접 시간과 시범 강의 시간이 너무 짧아 지원자의 교육능력, 연구능력, 학생지도 능력 등 교수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 대학에서는 지원자들을 모두 같은 날 함께 불러 짧게는 10분에서 30분 안에 면접을 끝낸다. 10분에서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교수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자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서류심사를 통과해 면접 대상에 오른 교수 후보자들은 한 명당 최소 하루 또는 이틀 동안 면접 심사를 받게 된다. 후보자들을 개별적으로 학교로 초대해 하루 또는 이틀 동안 연구논문 발표(약 1시간), 시범강의(약 1시간), 그리고 지원한 학과의 모든 교수들과 30분씩 개별 면접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장이나 부총장과의 면접으로 면접심사가 끝난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러한 심층 면접 과정을 통해 후보자 개개인의 연구능력과 교육 능력, 그리고 학생지도 능력 등을 면밀히 평가해서 가장 우수한 후보자를 교수로 임용한다.

실력보다 인맥과 출신학교 중심의 왜곡된 교수채용 관행을 청산하는 것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요, 더 이상 아까운 죽음을 막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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