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쇠고기 수입 조건 개정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 대표단은 미국산 쇠고기의 조건 없는 전면 개방에 전격 합의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어리둥절하던 국민들은 지난 4월29일 모 방송국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미국 내 광우병 실태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내용을 보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성난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서명을 추진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밝혔다.

미국산쇠고기 광주전남감시단 회원들이 쇠고기 협상 전면무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웹DB)

대책 마련 閣議서 언론 성토

국가의 검역 주권과 국민의 건강 주권을 포기한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대한 비난과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쇠고기 협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버티던 정부는 결국 광우병 발견 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단지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임기응변일 뿐이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의 원인을 방송 탓으로 돌리고 언론의 보도 내용을 성토했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부여받은 대리자로서 정부나 대기업 등 우리사회 권력을 가진 집단을 감시하고 견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정부의 정책이나 업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은 언론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칭찬 받아 마땅한 행위이다. 만약 언론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자체 조사나 탐사 취재없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서 보도한다면, 더 이상 언론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언론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통해 권력기관들의 부패와 부정을 막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언론의 문제 지적과 국민의 걱정에 겸허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언론의 보도가 잘못되었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점검하고 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고, 오해된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납득할 만한 자료 없이 방어적인 태도로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부터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뉴스 전문 채널 중 하나인 폭스(FOX) 뉴스 채널은 노골적으로 부시와 공화당을 지지한다. 심지어 메모를 통해 부시 행정부 관련 보도 내용을 통제한다는 전직 폭스 기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안하무인격으로 부시와 공화당 편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내 언론학자들 사이에선 미국 언론이 후퇴하고 있고, 전체 언론에 대한 시청자·독자들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광우병 논란 관련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미국의 폭스 뉴스 채널과 닮은 것 같아 걱정이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