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 방송사와 언론시민단체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인해 법안 처리에 진통을 겪었던 미디어렙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석 달 전인 29일에 미완성 상태로 국회를 통과했다.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미디어렙 법안은 KBS, MBC, EBS를 공영 미디어렙에 묶어두고, SBS와 종합편성채널은 자체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사업자 승인 후 3년간 미디어렙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혜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이종매체간 광고의 크로스 미디어 판매를 금지하면서 지상파(중앙)와 지상파가 운영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간의 광고 연계판매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광고의 편중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복수 미디어렙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방송사는 바로 지역 방송사와 종교방송을 포함한 특수 방송사들이다. 지역 및 특수방송사들의 경우 미디어렙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그동안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지원으로 일정 부분 보장되던 광고 수입이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어 방송광고 판매 수익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광고 판매수익의 감소는 결국 지역과 특수 방송사의 운영재원의 위기를 가속화시켜 방송사의 존립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렙 법안에 지역방송사가 방송광고를 위탁할 미디어렙이 과거 5년간 지역 및 특수방송사의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를 의무화 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지역 및 특수방송사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나오지 않아 이 규정이 지역과 특수방송사를 제대로 보호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향신문 DB

 

지역방송은 방송의 공익 구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부여받은 지역 전문매체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스와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공공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지역여론을 형성하는 역할, 광고를 통해 지역 내 상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소비를 자극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 등 지역방송은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방송이 경쟁을 통한 시장 중심의 광고 판매를 주요 골자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렙 법안으로 인해 광고판매 수익 감소와 이로 인한 방송국 운영재원의 부족이라는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지역방송이 지역사회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방송사의 운영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방송사의 광고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방송사들의 경우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 지상파 방송 전체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는 광고규제를 동일하게 받고 있다. 지역방송사의 경우 중앙 방송사와 달리 광고매출이 낮아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지역방송사에 한해 활성화 차원에서 특혜를 주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처럼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 광고규제들을 완화해 지역방송의 광고수입을 확대하는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지역방송사의 방송발전기금 징수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방송사들은 방송발전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의 급감으로 적자가 나는 상황에 이른 지역방송사까지 방송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기금을 징수하는 것은 방송발전을 위한 기금 마련이라는 방송발전기금의 원래 조성 취지에도 맞지 않는 만큼 지역방송사의 경우 방송발전기금 징수 유예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지역방송이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판매하는 지역방송 영상콘텐츠 유통센터와 같은 기관을 설립하여 지역방송이 제작한 콘텐츠의 판매와 유통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방송은 그동안 열악한 상황에서도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여 송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방영이 해당지역에 한정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지역방송국에서 제작한 양질의 콘텐츠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내 유통창구를 확보하여 지역방송이 제작한 콘텐츠의 판매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해외 판매를 위한 홍보와 외국어 자막 및 더빙 지원, 그리고 지역방송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로 송출할 수 있도록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을 변환하고 가공하는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가칭 지역방송 영상콘텐츠 유통센터를 건립하여 지역방송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방송이 지역의 공익성을 가진 언론매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하여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방송발전기금처럼 중앙방송사들의 방송광고비에서 일정부분을 지역방송발전기금으로 조성하여 취약매체인 지역방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방송과 같은 취약매체가 안정적으로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방송의 공익성 제고와 여론의 다양성 제고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사회의 여론형성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매체다. 따라서 지역방송 문제는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복수 미디어렙 시대를 맞아 위기에 처한 지역방송을 살리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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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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