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의 배후로 공영방송인 MBC와 KBS를 지목하고, 올해 안에 눈엣가시 같은 공영방송을 손 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통한 방송장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6월 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용으로 작성한 방송통신 분야 로드맵인 이른바 ‘세계 일류 방송 통신 실천 계획’ 보고서에 공영방송의 경영개선, 위상 재정립, 정체성 확립 등 현 정부의 방송장악에 필요한 갖가지 시나리오가 담겨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영방송 독립성 수호 및 공영방송 지키기 각계 선언' (출처: 경향신문 웹DB)

방통위가 밝히고 있는 공영방송 위상 재정립의 의미는 KBS 2TV를 KBS로부터 분리시켜 사기업화하고 MBC도 사기업에 매각하는 등 공영방송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상업방송으로 바꿔 우리나라 방송체제를 미국과 같은 상업방송 체제로 바꾸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 신문사들이 공영방송의 상업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그동안 신문법에 의해 규제되어 왔던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국이 사기업 소유인 상업방송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언론 시장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를 장악하고 있는 탓에 다양한 정보 유통이 막혀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말,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미국 내 20개 대도시에서 한 언론사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 5월 미 상원은 언론 독과점 문제의 심각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FCC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안을 무효화시켰다. 미 상원의 이러한 결정에는 미국 시민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학자들의 거대 언론사의 언론시장 독과점과 정보 독점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언론시장의 독과점은 자본력이 강한 언론사가 소규모 지역 언론사나 소수민족 언론사들을 합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한 무한 경쟁에서 결국 자본력이 강한 몇몇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태생적 특성 때문에 미국 상업 언론사들은 공공의 이익보다 언론 소유주의 이윤확대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상업방송이 가지고 있는 한계인 것이다.

반면,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와 NPR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지원금과 시청자·청취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 기업 협찬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PBS와 NPR는 눈치 볼 소유주가 없어 시청자와 청취자의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공영방송의 장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을 정적으로 여기며 없애려는 이유가 국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영방송의 장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민영방송을 한껏 늘리려는 이유는 친 정부적인 신문사 소유주들에게 방송 운영권을 함께 줘 정부의 통제가 쉽도록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Posted by 최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