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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실패한 美언론정책 답습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입 허용을 통해 글로벌 언론사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는 그 모델로 선진국의 언론산업 특히 미국 언론산업을 자주 인용한다. 미국에는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대 언론기업들이 있고 그 기업들은 많은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거대 언론기업들의 이러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의 창출 뒤에는 헌신짝처럼 버려진 방송의 공영성과 일반 기업들처럼 소유주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감춰져 있다. 이들에게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은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특히 재벌의 방송사 소유제한을 완화한 이후, 미국의 몇몇 거대 미디어그룹들은 교차소유를 통해 미국 전체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자사의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소수 거대 미디어그룹의 미국 언론시장 장악이 결국 언론의 공공성과 공영성 확보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송하는 한편 자사의 이익 창출에 반하는 어떠한 보도나 프로그램의 생산을 허용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규제의 철폐와 안정적인 언론사업 운영의 보장을 위해 정치권력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정부의 언론시장 소유 제한 완화조치로 지역 언론매체들이 거대 미디어그룹에 팔려나가는 바람에 결국 미 전역이 대기업 언론사가 제작한 획일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서 다양한 시각에 의해 생산된 정보는 사라지고 몇몇 거대 미디어그룹들의 입맛에 맞는 정형화된 정보만이 제공되는 정보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방송법 개악 저지를 위한 방송 노동조합 연맹 파업 출정식 (출처: 경향신문 웹DB)

방송의 상업화와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거대 미디어그룹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느 대기업이 언론시장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규모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을 상대로 경쟁하기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언론에 대기업이 진출하여 거대 언론기업이 탄생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거대 미디어그룹이 지역의 소규모 방송사나 신문사를 인수한 경우, 중앙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취재 내용을 각 지역의 방송국과 신문사에 제공하여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를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언론사 근무 인력을 대폭 감원하고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을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대 미디어기업이 탄생할 경우, 고용이 새로 창출되기보다는 고용 인력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상업화를 통한 거대 미디어그룹의 탄생이 언론의 공영성을 말살하고 언론이 자본 권력과 정치 권력에 종속되어 비판기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독과점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정보 추구권을 해치는 실패한 언론정책인 미국의 언론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왜 따르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혹시 언론의 상업화를 통해 미국 정부처럼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